2026-01-05

" 홍대 줄서기 도와주실 분을 찾고 있어요.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때요. "
지난해 12월 26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이런 글이 올랐다. 3만원 비용을 제시한 이 구인 게시물에는 지원자 30명이 몰렸다.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밤, 홍대 한복판은 영하 8도의 한파에도 술집·식당·게임장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 행렬 속에는 줄서기 대행 일을 5년 넘게 전문적으로 해온 박모(43)씨도 있었다. 그는 “최근 고급 호텔 식당, 술집 등 식당 줄서기 의뢰가 부쩍 늘었다”며 “월평균 400만~500만원을 벌고, 코로나19 당시엔 일이 가장 많아 800만원까지 소득을 올린 사람도 있어 줄서기를 아예 본업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대뿐 아니라 경남 창원시 당근에도 “1월 1일 (창원시) 상남동 술집 줄 서기 5만원에 구해요”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각지에서 관련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은 “2007년생인데 12시가 되자마자 입장 하고 싶다” “이성과의 시간을 낭비 하고 싶지 않아서 대신 줄 설 사람을 구한다” 등 다양했다.
이처럼 과거 명품 브랜드 한정판 구매 등에 국한됐던 ‘줄서기 대행 알바’가 최근 식당·술집·베이커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등장해 코로나19 전후로 수요가 더 늘어나며 전문적인 대행 아르바이트 형태로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이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디저트 ‘두바이쫀득쿠키’를 판매하는 몇몇 카페에 손님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이런 가게들에 대신 줄을 설 사람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일반적인 줄서기 대행 수당은 최저시급(1만320원) 수준이지만, 날짜나 상황에 따라 웃돈이 붙기도 한다. 줄서기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대행업체 점주 A씨는 “야외 웨이팅은 시급이 더 비싸고, 연말·연초 같은 성수기에는 50%가량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건값에다 추가로 줄을 서는 행위 자체에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엔 플랫폼 발달과 현대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소비를 위해 발품을 팔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의 소비자는 시간과 노력을 구체적인 거래비용으로 인식하고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플랫폼 발달로 사소한 서비스도 공급자와 수요자 간 매칭이 쉽다”며 “세분된 수요인 술집 줄서기 같은 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줄서기 대행 서비스에 대한 논란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대신 줄을 서는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없지만, 한정된 재화를 두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에 도덕적 비판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천정민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조직적인 대행업 행태에 규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명시적으로 줄서기 대행을 금지하는 점포들도 있는데, 만약 점포의 퇴거 요구에 불응한다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찬우·이아미 기자 han.cha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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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줄서기가 직업…'두쫀쿠 맛집' 대신 웨이팅, 월 500만원 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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